고찰

아이돌 산업의 본질

Felielix 2022. 9. 25. 10:34

1. 동물계에서는 많은 수컷들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화려한 털 색, 구애의 춤, 구애의 노래를 통해 유혹하곤 한다. 암컷은 그런 외모나 춤, 노래를 보고 유전적 우월성을 판단하여 그 씨를 받는다.

2. 어느 원시 부족 사회에서는 성인식을 치르고 결혼할 시기가 되면 마을의 청년이 멋진 치장을 하고 나무 위로 올라 마을의 처녀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마을 축제에서 화려한 점프를 뛴다.

3. 현대 사회에서 아이돌들은 화려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팬들은 그걸 바라보며 성적인 이끌림을 느끼고 아이돌에게 열광한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원시 부족이 구애의 몸짓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 아이돌이 다른 아이돌과 열애설이 나면 팬들이 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팬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돌의 성적인 유혹에 넘어가 단방향적 유사연애를 하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이돌이 다른 개체와 성적인 커넥션이 나타났을 때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아이돌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이돌을 보며 도파민을 뿜뿜하는 팬들도 어떻게 보면 정말 원시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의 본질은 결국 자신의 성 본능을 가감없이 표출하고 소비하는 원시적인 행위를, 공중파와 산업화라는 포장지로 감싼 것 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혹에 넘어간 이들이 보내는 관심을 수익으로 변환하는 구조의 산업은, 본능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도록 포장하여 산업화했을 때 시장에서의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한편, 1. 과 2. 의 예에서 굳이 수컷이 춤을 추고, 암컷이 유혹당한다고 성별을 정해서 언급한 이유는 인간 사회에서도 그것이 꽤나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물 사회와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에서도 전체 아이돌 산업의 팬 중 92%가 여성, 8%가 남성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진화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수컷의 경우, 성적으로 우월한 암컷은 경쟁자가 많아 자신의 씨를 남기기에 불리하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적당히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암컷은 자신의 씨를 잉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성은 아이돌에 여성만큼 크게 열광하지 않는다. 즉, 남자들에겐 아이돌보단 내 눈앞의 여자가 더 큰 성적 끌림을 준다. 반면, 여성의 경우 자신이 잉태한 아이는 100% 확률로 자신의 유전자가 전해지기 때문에 남성과는 다르게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은 보다 후순위로 고려되고 그냥 눈에 보이는 가장 우월한 개체에게 가장 큰 성적인 이끌림을 느낀다. 즉, 본능적으로 여성은 아이돌 산업에 더 열광하게 되어 있으며 이 차이가 아이돌 팬의 성비를 표상한다.


한편, 남녀 아이돌의 복장 또한 재미있다. 여성이 남성을 선택할 때 그의 지위는 매력의 대상이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남자 주인공이 재벌가의 자식으로 설정되는 드라마나, 백마 탄 '왕자'로 표현되는 고전적인 로맨스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남성의 경우 상대 성의 사회적 지위보다는 육체적 우월성이 그들의 본능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다. '예쁜 게 최고'라는 다섯 글자가 이를 방증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 아이돌이 춤을 출 때는 높은 지위가 반영되어 보이는 제복같은 복장을 자주 착용하고, 여자 아이돌이 춤을 출 때는 벗게 되는 경향성이 생기게 된다.

요컨대, 아이돌 산업의 본질은 '짝짓기 과정과 구애'라는 번식 욕망의 상업화이다. 물론 가수, 배우, 아이돌이 제공하는 상품 -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은 꼭 성적인 이끌림이 아니더라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든 처지에 위로가 되는 노래,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쳐있을 때 더 힘을 내게 해 주는 음악과 컨텐츠 등은 분명 성(性)이랑 1차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소비하는 것이 드라마에서 배우로, 음악에서 가수로, 제품에서 제공자로 넘어가는 순간 앞서 말한 이야기와 본질은 거의 같아진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좋다면 그 자체로 음악만을 즐기면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감성의 음악을 자주 생산하는 가수가 있다면 그 가수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를 넘어 생산자의 팬이 된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는 유혹에 넘어가 단방향적 유사연애를 시작한다는 것과 같다고 본다.



문득 아침에 이 닦다가 든 생각이 재미있어 웃음이 나왔고, 마침 생각하기 좋은 일요일 아침이었기에 포스팅하면 좋을 것 같아 짬을 내어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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